문화 이야기

[포토세상] 작고 예쁜 샛노란 산국(山菊)이 꽃망울을 확 터뜨렸다. 감나무 아래 흙에는 잘 익은 단감이 떨어져 주황색 물감으로 색칠을 해놓았다. 작살나무엔 진주구슬 같은 보랏빛 열매가, 산..

짱기자 2019. 10. 16. 14:40

오래된 노송과 향나무, 우물이 있는 혜곡 최순우기념관의 앞마당. 김재경 사진작가 제공


서울 성북구 성북동 최순우 옛집의 백미는 산나무와 들꽃이 심긴 자그마한 뒤뜰이다. 혜곡 최순우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결코 큰 덩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뜰 앞 잔가지에 구슬진 영롱한 아침 이슬, 차분히 비에 젖은 낙엽, 서리 찬 겨울 달밤 빈 숲 잔가지에 쏟아지는 달빛의 미를 갈피갈피 느끼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즐거움”이라고 썼다.


사방탁자, 문갑 등 선비들이 쓰던 목가구가 놓여있는 혜곡의 방.



“최순우 옛집이 귀한 이유는 정원에 도토리나무가 있다는 겁니다. 원래 정원엔 비싸고 귀한 나무를 심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참나무를 잘 심지 않아요. 최 선생은 진달래 소나무 대나무 머위 벌개미취 옥잠화 같은 우리 산하에서 자라는 친근하고 소박한 나무와 꽃, 풀을 심고 키우며 정원을 즐기셨습니다.”

 
실제로 뒤뜰 가득히 노랗게 물들이는 들국화는 1960년대 초반 최 선생이 전남 강진에서 고려청자 가마터를 발굴할 때 길가에서 한두 그루 캐온 것이 퍼진 것이라고 한다. 매화나무는 1979년 도예가 노경조 씨가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 인사차 들렀을 때 최 선생과 함께 종로 화훼시장에서 사서 심은 것이다. 돌 하나, 나무 한 그루에도 사연이 가득하다. 

[자료출처 동아일보 원문보기]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1015/978757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