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1은 내가막넣은것) [포토세상] 곰배령의 바람과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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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포토세상] 곰배령의 바람과 야생화


점봉산. 낯선 이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계령을 두고 설악산 대청봉과 마주보고 서 있는 산이 바로 점봉산입니다. 설악산국립공원에 속한 오색약수나 주전골이, 실은 여기 점봉산에 있는 것들입니다. 1982년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보전 핵심지역으로 지정된 점봉산은 ‘생태환경의 보물창고’라는 이유로 2006년부터 오는 2026년까지 산행이 제한됐습니다. 점봉산 정상엔 갈 수 없지만, 점봉산 자락을 넘어가는 낮은 목 고개, 곰배령까지는 발을 디딜 수 있습니다. 서늘한 바람이 지배하는, 여름꽃 만발한 곰배령에 가본다면 왜 점봉산 탐방을 20년 동안 통제하고 있는지, 왜 이 폭염에 산을 권하는지 대번에 알 수 있을 겁니다.

곰배령은 바다와 내륙을 잇는 고갯길입니다. 오래전에 양양에서 봇짐장수들이 당나귀에 소금을 싣고 넘었고, 약초꾼들과 심마니들이 드나들던 곳이었습니다. 봇짐장수도, 약초꾼도 사라진 지금, 곰배령의 주인은 여름 야생화와 서늘한 바람입니다. 곰배령의 초원에는 여름꽃이 만발했습니다. 개구릿대, 둥근이질풀, 도라지모싯대, 동자꽃, 마타리, 곰취, 노루오줌, 큰뱀무, 각시취…. 계곡의 물소리를 끼고 햇볕 한 줌 들지 않는 나무그늘로 이어진 오름길에서도 내내 마중 나와 흐드러진 야생화를 만났습니다. 올해는 곰배령의 여름꽃이 유난히 좋더군요. 예년에 비해 꽃도 많고 색도 진했습니다. 고백하자면 곰배령을 두고 ‘천상의 화원’이라고 부르는 게 좀 과하다 싶었던 적도 있었습니다만, 적어도 올여름만큼은 그 별칭이 전혀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자료출처 문화일보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travel/html/tr_42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