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1은 내가막넣은것) [포토세상] 聖地가 된 사형장… 도시인의 고단한 삶 위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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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

[포토세상] 聖地가 된 사형장… 도시인의 고단한 삶 위로하네

'서소문 역사박물관' - 조선시대 사형장이던 곳 새단장
교황도 방문한 천주교 순교지… 지하엔 예배당·미술관 등 설치
"특정 종교색 강조하기보다 범종교적 추모 공간으로 재구성… 예수像도 웅크린 노숙자 형상"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 전시 중인 조각가 배형경의 ‘암시’. 성별도 표정도 분명하지 않은 군상(群像)에서 허물을 벗어던진 인간의 원초적 모습이 엿보인다. ‘하늘과 대지 사이에 인간이 있다’는 문구와 함께 설치돼 있다. /이태경 기자



①야외 공원에 설치된 티머시 슈말츠의 ‘노숙자 예수’. ②붉은 벽돌만으로 강력한 공간을 연출한 하늘 정원. 설치된 작품은 조각가 정현의 ‘서 있는 사람들’. ③작품을 관람하는 방문객들.



조선 태종 16년(1416년). "예조에서 아뢰기를 '사람을 동대문 밖에서 사형하는 것은 미편(未便)합니다. 서소문 밖 성밑 10리 양천 지방, 예전 공암 북쪽으로 다시 장소를 정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는 기록이 실록에 나온다. 서소문은 사형장이었다. 19세기 천주교 박해 때 순교한 44명이 훗날 성인(聖人)으로 선포되기도 했다. 1973년 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을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찾으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철로에 가로막혀 평소엔 찾는 발길이 많지 않았다.


잊혀 가던 공원은 지난 6월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으로 거듭났다. 지하 주차장 공간에 전시장과 종교·추모 시설을 만들고 지상의 공원도 새로 디자인했다. 억새가 일렁이는 공원은 가을빛을 즐기는 직장인들 명소가 됐다. 건축사무소 인터커드(윤승현 중앙대 교수), 보이드아키텍트(이규상), 레스건축(우준승)이 함께 설계했다. 최근 이곳에서 만난 윤승현 교수는 "설계 지침은 천주교 성지를 만드는 사업에 가까웠지만 점차 (특정 종교색보다) 공공적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이 설정됐다"고 했다. 재조성 과정에서 논란이 계속됐다. 서소문에서 천주교 신자들만 목숨을 잃은 게 아닌 만큼 특정 종교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이를 감안, 천주교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 추모 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했다는 이야기다.


[자료출처 조선일보 원문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31/201910310020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