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차례 정해진 시간 타종
성지순례로 다른 이가 종 치자
소리가 달라졌다 민원도 생겨
조씨 은퇴 후엔 전자식으로
100년 된 성당에서 50년 동안 종을 쳤다. 대전 대흥동성당의 ‘마지막 종지기’ 조정형씨(73)의 이야기다. 조씨는 지난달 22일 종을 친 것을 끝으로 종탑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그의 종소리는 여전히 살아있다. 대흥동성당 건너편 대전창작센터에 가면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그의 종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다. 31일까지 여기서 열리는 대흥동성동 건립 100주년 기념전시회 ‘100년의 시간’의 2층 전시실에는 조씨가 온몸을 던져 종을 치는 모습이 전시돼 있다.
“자전거 타면서 여유롭게 지내요.”
50년 종지기를 끝낸 그는 요즘 자전거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지난 18일 오후 전시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도 그는 자전거를 타고 왔다. 자유로움을 마음껏 누리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성당이나 주변에서는 그를 세례명인 ‘방지거(프란치스코) 할아버지’로 부른다.
그가 성당에서 종을 치기 시작한 것은 1969년 10월. 천주교 신자였던 어머니 친구의 소개로 성당과 인연을 맺었다. 그때는 하루에 3번 종을 쳤다. 오전 6시, 정오, 오후 7시 어김없이 종탑에 올라 종을 쳤다. 하지만 성당 주변의 도시화 속에 새벽종에 대한 민원이 발생하면서 새벽 종은 치지 않게 됐다.
그가 매번 종을 치는 시간은 1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20분 전쯤부터 종 칠 준비를 했다. 120개 계단을 따라 종탑에 올라간 그가 맨 처음 하는 일은 라디오를 켜는 것이었다. 시계에 의존하다가 갑작스러운 고장 등으로 시간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출처 경향신문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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